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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2월 28일 미라클레터 본문
요즘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하면서 자꾸 '강제소환'되는 기업이 있어요. 심지어 저도 미라클레터에서 여러 번 언급했는데요. 😹 바로 네트워크 장비를 만드는 시스코. 현재 급등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주가와 시스코 주가를 대비시키는 내용이에요. 시스코는 1990년대 말 '인터넷 인프라'를 상징하는 기업이었고, 엔비디아는 2020년대 'AI인프라'를 상징하는 기업이기 때문이죠. 과연 두 회사는 비슷할까요? 오늘은 시스코라는 회사와 함께 ‘네트워킹’이 왜 갑자기 AI에서 중요해졌는지를 설명해보겠습니다.
오늘의 에디션
'라우터'로 인터넷을 만든 시스코
AI데이터센터에서 네트워크가 중요해진 이유
데이터센터 차원의 무어의 법칙
한줄브리핑
시스코는 우리도 한 번쯤 들어본 ‘라우터’라는 걸 최초로 상업화한 기업이에요. 인터넷이라는 건 사실 전세계에 깔린 컴퓨터들을 연결한 것이고 그 컴퓨터들은 하나의 중앙화 된 ‘무엇(우리가 인터넷이라고 막연하게 부르는 것)’에 연결된 것이 아니라 전세계에 분산되어 있어요. 전세계 컴퓨터에는 IP주소라는 것이 배정되어 있고 라우터는 내 컴퓨터에서 다른 컴퓨터로 데이터를 전송시키는 걸 도와주는 장비입니다.
라우터가 등장하기 전 컴퓨터들은 이더넷이라는 표준을 통해 폐쇄적인 자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있었어요. 이걸 LAN이라고 부르는데요. LAN과 LAN이 계속 연결돼 전세계로 퍼져 나가 있는 것을 우리는 인터넷이라고 부르죠.
저처럼 90년대말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해보신 분들이라면 쉽게 이해하실 것 같은데요. 처음 PC방에 등장한 스타크래프트는 PC방에 있는 친구들끼리만 게임이 가능했죠(이런게 LAN).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세계의 다른 익명의 게이머들과 게임이 가능해졌어요(배틀넷). 라우터를 통해 전세계 인터넷이 연결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시스코는 인터넷 인프라를 만든 기업이라고 불리죠.
주가 버블 꺼졌더니 도전자들이 몰려든
시스코는 매우 ‘실리콘밸리’스러운 기업이에요. 1984년 스탠포드 대학 출신인 부부가 공동창업을 했아요. 실리콘밸리의 간판 벤처캐피털인 세콰이아 캐피탈의 투자를 받았고, 1990년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두 창업자가 제대로 회사를 이끌지 못하자 VC들에 의해 회사에서 쫓겨났고, 전문 경영인이 회사를 이끌었습니다. 1995년부터 10년간 회사를 이끌었던 존 체임버스 CEO에 이어 지금은 척 로빈스 CEO가 10년 가까이 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존 체임버스 CEO가 재임하는 동안 시스코는 인터넷 시대와 닷컴버블을 경험했어요. 상장당시 2억2400만달러였던 주가는 한때 2000배 오른 5000억 달러에 도달했고, 나스닥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버블이 꺼졌을 때는 시스코에도 타격이 컸습니다. 주가는 5분의 1 정도로 떨어졌고, 2001년 회사는 직원의 18%를 정리해야만 했어요.
그 이후부터는 후발업체들이 새로운 기술을 내걸고 도전해왔습니다. 2000년 초반에는 주니퍼네트웍스의 도전을 받았고 2010년대부터는 아리스타네트웍스의 도전을 받았습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화웨이가 중국시장과 통신장비시장에서 막강한 경쟁자로 부상했고, 유럽에서는 알카텔-루센트(현 노키아)의 도전을 받아야했습니다. 시장을 연 선구자라고 해도 계속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수는 없었어요.
성숙시장에서 살아남는법!
시스코 입장에서 고통스러운 점은 라우터를 비롯해 네트워킹 장비 시장이 이미 성숙단계에 도달해서, 치열한 점유율 경쟁이 벌어졌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시스코는 인수합병을 통해서 계속 새로운 시장에 도전했어요. 링크시스(가정용 공유기 브랜드)를 인수해서 B2C에 진출하기도 했고(결국엔 폭스콘에 매각), 웹엑스를 인수해 화상회의 시장에 도전해기도 했어요. 최근에는 스플렁크를 인수하는 등 네트워크보안과 클라우드쪽을 강화하고 있어요. 성장이 정체된 시장 대신 사업 다각화를 추구하는 거죠. 다행히 치열한 네트워킹 장비 시장에서 시스코의 점유율도 어느정도 유지되고 있어요.
시스코의 역사에서 얻은 교훈을 요약해볼까요?
엄청난 주가 버블이 꺼져도 회사는 망하지 않아요. 하지만 막강한 경쟁자들이 등장합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요. 그리고 언젠가 시장이 '성숙(Saturation)'하는 단계가 옵니다. 시장이 성숙해도 회사가 계속 혁신과 함께 주주가치를 높이면 주가도 올라갑니다!
엔비디아와 시스코는 사실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어요. 시스코는 하드웨어 중심 기업이었고, 엔비디아의 CUDA같은 독점적인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갖고 있지 않아요.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시장은 오픈소스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수많은 도전자가 뛰어든다고 해도 엔비디아의 높은 점유율이 쉽게 내려갈 것 같지는 않아요. 저는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독점력을 어도비가 포토샵과 프리미어 등으로 구축한 생태계와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포토샵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4000만원을 주고 사야한다는 것이 차이점. 😹
AI데이터센터에서 네트워크가 중요해진 이유
이렇게 지루하기 짝이 없는 네트워킹 시장에도 AI의 부상과 함께 중대한 변화와 사업 기회가 찾아왔어요. (짜잔!!)
AI데이터센터는 기존의 데이터센터와 완전히 다르다는 말 여러 번 말씀드렸죠? AI 학습은 AI 데이터센터를 가득 채운 슈퍼컴퓨터들을 한꺼번에 다뤄야 해요. 오케스트라를 다루듯 세심하게 조작(ochestrate)해야 하는데요. 컴퓨터와 컴퓨터간의 데이터 이동이 그래서 아주 중요해졌어요. 아까 앞에서 폐쇄적인 네트워크에서 컴퓨터들을 연결하는 것을 뭐라고 부른다고 했죠? LAN이죠. 이런 LAN과 이더넷도 당연히 데이터센터의 컴퓨터를 연결하는데 쓰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동안 AI데이터센터에는 ‘인피니밴드’라고 하는 고성능의 네트워크 기술이 주로 쓰이고 있었아요. 이더넷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나온 기술이어서 데이터센터나 AI학습에 더 효과적이라고 하죠. 그런데 이 인피니밴드 기술은 누가 가지고 있을까요? 바로 엔비디아가 2019년 이 기술을 만든 멜라녹스라는 회사를 인수해서 소유하고 있어요. 현재 AI데이터센터 네트워크의 90%에 인피니밴드가 쓰이고 있다고 해요. 어떻게? 엔비디아가 AI반도체를 팔면서 인피니밴드도 함께 팔고있기 때문이라고해요.😎
이더넷이야말로 경쟁과 혁신의 상징! <오픈컴퓨트프로젝트>
구관이명관 이더넷이 짱이야!
그래서 시스코, 아리스타네트웍스, 브로드컴 같은 네트워킹 업체들이 ‘AI데이터센터’에도 ‘이더넷’이 ‘인피니밴드’보다 낫다고 주장하면서, 이더넷을 AI데이터센터에 집어넣으려고 하고있어요. 이들는 울트라 이더넷 컨소시엄이라는 것까지 만들어서 힘을 합치고 있습니다.
그들이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지금 AI학습에서 네트워킹에서 전체 소요 시간 중 30%~50%가 소요되고 있기때문. AI학습에서 시간은 곧 돈! 네트워크의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네트워크 장비(반도체)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얘기가 AI업계에서 많이 나오고 있어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 네트워크 카드을 만든다는 뉴스가 나온 것도 이런 맥락.
두번째는 사실상 엔비디아 독점이 되어버린 AI데이터센터에서 네트워크 장비라도 엔비디아의 독점을 풀어보겠다는 것이 네트워크회사와 엔비디아의 고객인 하이퍼스케일러(클라우드 회사들)의 생각인 것 같아요. CUDA라는 강력한 락인 효과가 있는 GPU와 달리 네트워크 쪽은 그래도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거죠.
엔비디아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엔비디아는 이미 이더넷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스펙트럼X’라는 이더넷 네트워킹을 지원하고 있고, 시스코와 손을 잡고 이더넷을 원하는 고객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시스코와 엔비디아의 뜻밖의 만남?)
엔비디아에게는 모든 것에 다 계획이 있었던 것입니다. 🤓
젠슨 황은 엔비디아 주가가 100달러를 돌파했을 때 어깨에 회사로고의 문신을 했습니다.
데이터센터 차원의 '무어의 법칙'
데이터센터 내의 네트워크는 왜 중요할까요?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와이어드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칩 단위에서 무어의 법칙은 끝났고, 우리가 컴퓨팅의 스케일업을 계속 시키려면 데이터센터 차원에서 이뤄져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라클러님도 아시겠지만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의 성능(=컴퓨팅 능력)이 24개월마다 2배로 좋아진다는 것인데요. 이 무어의 법칙이 매년 성립하면서 테크 세계는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반도체를 더 이상 작게 만드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무어의 법칙’도 끝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젠슨 황 CEO는 이런 컴퓨터 성능이 좋아지는 법칙을 데이터센터 차원에서 달성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사실 그는 과거 ‘황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AI 반도체의 성능이 계속 좋아질 것이라는 주장을 한 적이 있는데요. 지금은 그 법칙을 AI 반도체가 아닌 데이터센터 차원으로 확장시킨 것 같아요. 결국 AI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델 크기만 키우고, AI반도체만 발전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메모리부터 네트워킹, 전력까지 모든 것이 발전해야한다는 결론을 그가 내린 것 같아요. 이렇게 보면 AI모델이나 반도체차원의 경쟁만큼 중요한 것은 데이터센터 차원의 경쟁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AI데이터센터는 발전소다
와이어드와 인터뷰에서 젠슨 황은 지난주 실적발표에서도 언급한 ‘AI팩토리’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있다. 우리는 이걸 AI 공장이라고 부른다. AI 공장은 발전소와 비슷하다. 우리는 이걸 지난 수년간 만들어왔고, 이제는 이걸 제품으로 내놓으려고 한다.”
무슨 뜻일까요? AI클라우드인 DGX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뜻일까요? 마이크로소프와 함께 한다는 'AI파운드리'사업을 말한다는 걸까요? 폭스콘과 함께 만든다는 'AI공장' 전략이 바뀐걸까요? 아니면 진짜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겠다는 뜻일까요?
젠슨 황의 발언과 지난주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발언이 한 가지 부분에서 겹치는 것이 발견되는데요. AI인프라는 ‘전기’ 혹은 ‘발전소’와 비슷하다는 것.
젠슨 황과 샘 올트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점점 궁금해집니다!
한줄 브리핑 🎤
프랑스의 AI 스타트업 '미스트랄AI'가 미스트랄 라지라는 상업용 AI모델을 공개. GPT-4 보다 미치지 못하는 성능이지만 가격은 25% 정도 싸다고 해요. 또한 '르 챗(Le Chat)'이라고 하는 챗GPT 같은 서비스도 공개. 미스트랄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도 받았어요. 미스트랄은 국가별 AI 를 만들고자하는 '소버린AI'의 대표적인 기업이에요. 과연 유럽에서 챗GPT 대항마가 나올 수 있을까요?
구글 딥마인드가 이미지를 입력하면 '슈퍼마리오'같은 게임을 만들어주는 생성형AI인 '지니(Genie)'를 공개. 향후 AI로 가상세계를 만드는데 초석이 될 것이라고.
SK텔레콤이 AI스타트업 퍼플렉시티와 손잡고 이 회사의 검색 서비스를 SK텔레콤 가입자에게 무료로 제공하게 한다고 해요. 퍼플렉시티는 젠슨 황 CEO도 매일 사용한다고 할 정도로 구글 검색을 위협하는 서비스로 알려져있어요.
맺음말
한국에는 '투자의 진화'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서 나온 책 'The Power Law'은 벤처캐피털과 실리콘밸리 테크기업과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아주 좋은 책이에요. 이 책에는 시스코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창업자들이 어떻게 쫓겨났는지가 자세히 나오죠.
스탠포드대 직원이었던 두 창업자들은 엄청난 혁신기술이었던 '라우터'를 대학과 합의없이 가지고 나와서 창업하죠. 벤처캐피털들이 보기에 '라우터'는 정말 환상적인 기술이었어요. 하지만 두 창업자들이 문제였어요. 그래서 세콰이아캐피탈의 수장인 돈 발렌타인은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겠다는 조건으로 시스코에 투자를 해요. 그리고 전문가들로 팀을 꾸립니다. 성공적으로 IPO를 마친 후에는 두 사람을 쫓아냅니다. 물론 두 사람은 각각 당시 돈으로 4600만달러(612억원)의 돈을 챙겨요.
시스코에서 창업자들이 쫓겨난 건 당시 실리콘밸리에서 VC들이 가지고 있던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사례지만 만약 세콰이아가 투자를 하지 않고, 경영진을 바꾸지 않았다면 두 창업자는 600억원 조차 벌 수 없었을 거에요.
시스코를 성공적으로 상장시키고 나서 얼마 되지 않은 1993년 돈 발렌타인은 그래픽 처리용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게되는데요. 창업후 몇년간 수많은 삽질을 하지만 이 회사의 창업자를 쫓아내지는 않았습니다. 그 회사가 지금 2조달러의 가치를 목전에 두고 있는 엔비디아입니다.
시스코의 창업자들과 엔비디아의 창업자들이 다른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와이어드와 인터뷰에서 젠슨 황은 이렇게 말했어요.
"창업이 이렇게 힘든 일이라는 걸 알았다면 30세로 돌아가서 창업을 했을까요?"
"물론 안 하죠."
"그럼 지금처럼 엔비디아가 큰 성공을 거둘거라는 걸 그때 알았다면 했을까요?"
"장난하나요? 내 모든걸 걸고라도 창업을 했을겁니다."
여러분의 멋진 미래를 위해
이덕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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