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journey of
[뉴스레터] 3월 18일 미라클레터 본문
아이폰이 2007년 '맥월드'라는 행사에서 공개됐다는 것 알고 계시죠? 스티브 잡스의 이 발표는 아직도 전설적인 프레젠테이션으로 기억되고 있어요. 근데 사실 맥월드는 애플 행사가 아니에요. 애플이 맥월드에 참석을 중단하면서 지금은 1983년부터 시작된 WWDC(World Wide Developers Conference)가 애플의 대표 개발자 행사가 됐어요.
애플은 아이폰 출시 이후 앱 생태계를 만드는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는데요. 2008년 WWDC에 아이폰을 가지고 루프트(Loopt)라는 위치 공유 앱을 들고 나온 스타트업 창업자가 있었어요. 겨우 22세에 불과한 스탠퍼드대 중퇴생. 이때만 해도 이 스타트업 창업자가 15년후 어떤 사람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죠. 바로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이야기에요. 오늘은 미라클레터에서 많이 다뤘던 샘 올트먼과 오픈AI에 대해서 다뤄보려고 합니다. 미라클레터가 최근 오픈AI 본사를 다녀왔거든요. 😎
오늘의 에디션
샘 올트먼은 스타트업 수호자? 학살자?
게이, 유태인, 샘 올트먼
샘 올트먼이 스타트업에게 해준 조언
한줄브리핑
샘 올트먼은 스타트업 수호자? 학살자?
2005년 샘 올트먼이 창업한 루프트는 2012년 대박도 쪽박도 아닌 애매한 가격에 회사를 그린닷이라는 곳에 팔리게 됩니다. 300만달러의 투자유치를 해서, 434만달러에 팔렸으니까요. 7년이라는 긴 시간이라고 보면 실패했다고 할 수 있죠. 그러나 벤처투자의 세계에서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돌려준다는 건 그래도 의미가 있는 일이에요.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원금도 건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투자하니까요.
2011년부터 샘 올트먼은 벤처투자의 세계에 집중합니다. 당시 떠오르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엑설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에 합류하고, 2014년 와이콤비네이터의 사장 자리에 오릅니다. 그 당시 그의 모습은 ‘스타트업의 수호자’라고 불러야할까요?
많은 스타트업들이 그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고, 유니콘기업이 되기도 했어요. 그 역시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많은 부를 쌓았어요.
그렉 브록먼은 한국계 아내 애나와 장모님의 나라에 작년 6월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렉 브록먼 X>
최고의 인재들로 만들어진 오픈AI
2015년 그가 일론 머스크와 만든 ‘오픈AI’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비영리 단체였습니다. 인류의 번영을 위해 AGI를 만든다는 사명을 가지고 만들어진 곳. 그래서 특정 기업의 소유물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기부를 받아서 운영됐어요. (샘 올트먼과 일론 머스크의 이야기는 이 레터에서)
오픈AI는 샘 올트먼과 스트라이프의 CTO였던 그렉 브록먼, 일론 머스크 3인이 주축이었는데 사실 올트먼과 머스크는 본업이 있었기 때문에 그렉 브록먼이 모든 살림과 운영을 해야했어요. 그는 딥러닝 연구 석학 중 하나인 요슈아 벤지오 교수를 만나 최고의 AI 리서치 인재를 데려왔어요. 그때 만들어진 드림팀이 일야 수츠케버, 안드레이 카파시, 존 슐만, 보이치키 자렘바 같은 사람이에요. 그렉 브록먼의 초기 활약에 대해서 샘 올트먼은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지요.
“그렉은 최고의 리크루터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에는 리크루터와 기술적인 전문가 두 사람이 필요합니다. 만약 두 사람이 한 사람의 안에 있다면요? 그럼 잭팟이 터진겁니다!”
복잡한 오픈AI의 지배구조 <오픈AI>
오픈AI가 영리법인을 자회사로 둔 이유
최고의 인재를 영입해 최고의 대우를 주고, 그들이 마음껏 일하게 한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성공 공식이죠? 그런데 오픈AI를 운영하다보니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첫째, AI 연구에는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했어요. 인재뿐만 아니라 GPT 학습비용이 중요했는데 오픈AI가 연구를 하면 할수록 모델을 키우고 컴퓨팅 파워를 많이 쏟을수록 AI의 성능이 뛰어나진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Attention is all you need’가 아니라 ‘GPU is all you need’였던 겁니다. 🤣
둘째, 비영리조직으로는 최고의 인재들을 데려올 수 없었어요. 주식으로 보상을 해주는 구글과 달리 오픈AI는 다른 보상방법이 많 않았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떠나자 샘 올트먼은 와이콤비네이터 대표를 그만두고 오픈AI로 합류합니다. 그가 만들어낸 것은 비영리법인 오픈AI가 지배하는 영리기업 오픈AI. 영리법인 오픈AI에 투자자들을 유치해 그들의 돈으로 학습을 하고, 영리법인의 주식을 인재들에게 보상으로 주는 겁니다. 후속투자를 유치해 비상장기업인 오픈AI의 장부가치가 뛸수록 인재들이 보유한 지분가치가 커지죠. 그리고 퇴사할때마다 이런 지분을 구주방식으로 매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거죠.
오픈AI가 정말 스타트업 학살자일까요?
챗GPT도 스타트업 방식으로 성공했다
이런 스타트업 방식의 보상은 성과로 나오는데요. 2020년 GPT-3 부터 오픈AI는 AI연구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합니다.
샘 올트먼은 2022년 11월 챗GPT 일반공개라는 결정도 스타트업의 방식을 시험했다고 하는데요. 일단 베타로 서비스를 내놓고 소비자 반응을 보는 거죠. 결과는? 챗GPT가 등장한 이후 엔비디아 주가가 7배 올랐습니다. 😄
오픈AI 가 생성형AI, 그리고 AI반도체 인프라에 대한 수요와 주식시장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만들어낸거죠.
샘 올트먼은 스타트업 창업자로 시작했고, 스타트업들의 수호자 였으며, 오픈AI도 스타트업의 방식으로 운영해 성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지금 AI스타트업들을 가장 많이 학살시키는 기업은 어디일까요? 많은 분들이 오픈AI라고 말해요. 오픈AI의 기술인 GPT 를 사용해서 스타트업들이 어떤 기능을 만드는 일이 많은데요. 오픈AI가 새로운 GPT를 내놓을 때마다 이 스타트업이 만드는 기능이 새로운 GPT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AI 어시스턴트 같은 것이나, PDF를 GPT가 해석해줘서 답을 해주는 서비스 같은 것이에요.
스타트업의 수호자에서 스타트업의 학살자가 된 그의 생각은 어떨까요?
샘 올트먼은 2023년 백악관 초청 행사에 지금의 배우자가 된 '그분'과 함께갑니다.
게이, 유태인, 샘 올트먼
샘 올트먼이 게이라는 것. 잘 알려져있으면서도 모르시는 분은 모르는 얘기. 최근에 그가 LGBT 전문 매체와 인터뷰를 했어요. 그가 작년에 동반자인 올리버 멀레힌과 결혼을 했거든요. 그가 왜 갑자기 LGBT 매체와 인터뷰를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그의 인터뷰에서 마지막 답변이 기억이 남았어요.
😄 : 현재 여정에 만족하시나요?
🙂 :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합니다. 저는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했어요. 언젠가 아이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가족도 사랑하고 친구들도 사랑해요. 그래서 어디로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현재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을 운영하고, AGI를 만들고자하는 그 역시 개인적인 삶의 영역에서는 평범한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유대인 1위는? <예루살렘포스트>
조용하지만 뜨겁게
샘 올트먼은 또한 유대인이기도 해요. Altman 이라는 그의 성도 그렇고, X 프로필을 보면 유대인의 상징인 '다윗의 별'이 있기도 하죠. 이 다윗의 별은 ‘가자 사태’가 벌어진 후 생겼어요.
그는 가자 사태가 터진 후 이런 말도 남겼습니다.
제가 만난 기술 커뮤니티의 무슬림 및 아랍(특히 팔레스타인) 동료들은 보복과 앞으로의 커리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최근 경험(가자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불편해 합니다.
우리 업계는 이러한 동료들을 지원하기 위해 단결해야 합니다. 지금은 끔찍한 시기입니다. 저는 계속해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평화를 바라고 있으며, 그 동안 우리는 서로를 공감하는 마음으로 대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유대인입니다. 저는 반유대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고 점점 커지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며, 우리 업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저를 지지하는 것을 보고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슬림에 대해서는 (기술 업계의 사람들이) 지지하는 일이 훨씬 적습니다.
저는 이런 그의 글을 보면서 그는 기본적으로 내성적(Introvert)인 사람이지만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겉으로는 차가워보이지만 안으로는 ‘핵융합로’ 같은 열정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 스타트업 14개사와 만난 샘 올트먼 <오픈AI>
스타트업이라고 기술변화에 무관? No!
3월 1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에는 14개의 스타트업이 모였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만든 오픈AI 와 한국AI 스타트업과의 협력행사. 14개 스타트업이 오픈AI 투자팀과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7분 피칭을 하고 피드백을 받는 자리였어요. 정말 훌륭한 스타트업들의 피칭과 멋진 질문이었습니다.
저도 다른 기자들과 함께 그 자리에 있었는데요. 샘 올트먼 CEO는 아니더라도 높은 임원이 좀 나와주길 바랐는데 그렇지 못해서 약간 실망을 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팀이 발표하는 중 갑자기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샘 올트먼이 와 있었습니다.
그가 한 말 중 저는 이 말을 미라클러님께 공유하고 싶어요.
LLM으로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라면 LLM이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베팅하거나, 아니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데 베팅해 스타트업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경우.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에 패치를 적용하는 데(고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됩니다. 그러다 차세대 모델이 나오면 거기에 깔리게(Steamrolled) 됩니다.
반대로 LLM이 더 나아질 거라고 믿는다면, 지금은 일부 파워 유저에게만 괜찮은 (여러분의) 제품 및 서비스가 LLM이 더 좋아지면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GPT 5가 지금보다 훨씬 멋진 세상에서 사는 것과 GPT 5가 약간만 발전한 세상에서 사는 것 중 자신에게 더 행복한 곳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은 LLM 기반 스타트업들이 GPT 5가 약간만 발전하는 후자를 선택하는 것 같은데, 이는 큰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 가지가 있습니다. 기술의 지각 변동이 일어날 때마다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스타트업은 마술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꼭 성공할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일반적인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죠. 이는 실수입니다. 여전히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여전히 사용자 중심이어야 합니다. 여전히 재능 있는 인재를 고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AI 물리학을 사용한다고 해서 더 이상 비즈니스 물리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오픈AI 본사 옆에 그 유명한 '타르틴 베이커리' 본점이 있어요!
널 사랑하니까 솔직히 말할게
저는 이 답을 이렇게 이해했어요.
세상이 원래 그런거야! 스타트업이 원래 그런거라고!
GPT를 써서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들은 GPT가 자신의 서비스를 삼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을 해야해요. 대표님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GPT는 강해지고, 저렴해지게될거에요. 저렴해지면 좋겠쥬? 아니에요. 더 강력한 경쟁자들이 들어옵니다. 🤣
이건 GPT 만이 아니라 모든 기술 스타트업의 운명이에요. 내가 가만히 있어도 기술은 더 빠르게 발전하고, 대기업은 자꾸 스타트업의 영역을 차지하려고해요. 그러니까 GPT(혹은 대기업)가 아무리 빠르게 발전해도 절대 뚫을 수 없는 방어막(=해자)을 만들어야해요. 미친 속도로 좋은 제품을 개발하거나, 고객이 절대 이탈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야 해요. 이미 대기업이 되어버린 오픈AI의 오만일까요? 누구보다 스타트업을 잘 아는 샘 올트먼은 '불편한 진실'을 말했다고 생각해요.
내가 GPT를 사용해서 제품을 만들고 오픈AI에 API 사용료를 낸다고? 스타트업들을 배려해줘야할까요? 오픈AI는 그냥 계속 새로운 AI를 만들고 발전시킬뿐입니다. 새로운 기술에 따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은 사실 '스타트업'의 몫인거죠.
그가 이런 냉혹한 말을 해주는 이유는 샘 올트먼이 스타트업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냉혹한 진실이야말로 사실은 스타트업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말이 거든요. 스타트업을 사랑하니까 샘 올트먼은 한국 스타트업을 만나러 온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줄 브리핑 🎤
스페이스X의 행성간 우주선 '스타쉽'이 세번째 시험비행에서 궤도에 도달 성공! 하지만 지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로켓은 연소되어서 사라졌어요. 한편 스페이스X가 미국 정부를 위해 '스파이 위성'을 만들고 있다는 보도도.
스트라이프의 CEO 인 패트릭 콜리슨이 기부해 만들어진 바이오테크 연구소 '아크 재단'과 스탠퍼드대, 투게더AI가 함께 연구한 DNA 파운데이션 모델 '에보(Evo)'가 공개됐어요. 생물학의 기초 언어라고 할 수 있는 DNA, RNA, 단백질을 트랜스포머 모델로 학습시킨 것. 에보는 학습 모델뿐만 아니라 데이터까지 오픈소스로 공개했어요.
피터 틸의 파운더스 펀드와, 엘라드 길 등 유명인이 투자자로 참여한 스타트업 '코그니션AI'가 AI 개발자 '데빈(Devin)'을 공개했는데 AI업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어요. 단순히 코딩을 돕는 코파일럿 AI를 넘어서 한 사람몫의 개발자 역할을 하는 AI어시스턴트를 만들고 있기 때문.
맺음말
지난 해 부터 실리콘밸리에 특파원으로 오게되면서 어떻게 매일경제 독자님들과 미라클러님들께 이곳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릴까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 오픈AI 본사를 방문하고 샘 올트먼까지 만나게 되어서 무척 기뻤답니다. 특파원만이 할 수 있는 내용을 전해드릴 수 있었던 것 같으니까요.
오픈AI와 중소벤처기업부, 그리고 행사에 참여한 스타트업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레터를 통해서 드리고 싶어요.
특히 오픈AI 심사위원들 앞에서 유창하지 않은 영어로 피칭하셨던 일부 창업자분들의 모습은 저에게 큰 감동을 주었어요.
그래서 오늘 레터는 스타트업이라는 주제로 다뤄보았어요. 오늘 레터가 스타트업들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멋진 미래를 위해
이덕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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