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journey of
[뉴스레터] 1월 22일 디그(상속세 외) 본문
TODAY's DIGGING
물려주는
방법에 관하여
┃글 Hoa
새해 들어 우리나라 주식이 좀처럼 힘을 못 쓰고 있어요. 미국 주식도 괜찮고, 옆 나라 일본도 주가가 오르고 있다는데, 유독 한국 주식만 떨어지고 있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에서도 주식시장을 활성화할 방안을 고심하는 중이에요.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은 '주식시장을 살리기 위해 각종 세금을 완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어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언론이 특히 꽂힌 내용은 ‘상속세 완화’예요. 사실 대통령이 당장 상속세 제도를 뜯어고치겠다고 말한 건 아니고, 그저 상속세가 과하다는 언급을 한 것뿐인데 벌써 여론이 들끓고 있죠.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뜨겁게 화제되는 상속세 문제.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상속세가 왜 이렇게 뜨거운 감자인건지 알아볼게요.
상속세가 뭐야?
상속세는 한 사람이 사망한 이후 그의 재산이 가족이나 친족 등에게 넘어갈 때 부과되는 세금이에요. 말 그대로 상속받는 재산의 일부를 세금으로 떼 가는 거예요.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구간마다 다르지만, 수백억 이상 재산을 물려주는 부자들의 경우 상속금의 최고 50%까지 세금으로 내야 해요. 한 기업에서 가장 많은 주식을 가진 ‘대주주’가 주식을 물려주는 경우엔 사실상 ‘경영권’을 함께 물려준다고 판단해서 최고 60%까지 상속세를 매길 수 있죠.
정부에서는 상속세를 개편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꽤 예전부터 하고 있었어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고, 2022년 10월부터는 전문가들로 이뤄진 팀을 꾸려서 정책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상의하고 있었죠. 하지만 1년 넘게 결론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워낙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는 주제이기 때문이죠. 상속세 완화 찬성과 반대, 양쪽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봤어요.
상속세 낮춰야 해!
1. 기업 승계가 어려워져
기업들이 막대한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쩔쩔매는 사이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위험이 커진다는 분석이 있어요. 상속세율이 높다 보니 경영권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생기고, 이게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예요.
물론 우리나라에는 상속세를 일부 깎아주는 ‘기업상속세 공제 제도’도 있긴 해요.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기업 승계를 포기하는 경영인들을 돕기 위해서죠. 하지만 이용 대상이 중소기업으로 한정된 데다 요건도 까다롭기 때문에 이 제도를 제대로 이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와요.
2. 이중과세는 불합리해
세금을 매길 때 원칙 중 하나는 ‘소득이 발생하는 곳에 매긴다’는 거예요. 우리가 일을 해서 돈을 벌면 소득세를 내고, 기업들도 이익을 보면 법인세를 내죠. 그런데 상속세는 벌어들인 돈에 대해서 세금을 두 번 내는 셈이기 때문에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있어요. 살아 있을 때 소득세나 법인세로 이미 벌어들인 재산에 대한 세금을 냈는데, 나중에 이 돈을 상속할 때 또 세금을 낸다는 거죠. 상속세가 이중과세에 해당하는지는 세계 곳곳에서 논쟁거리예요. 상속세를 처음 도입한 국가인 영국에서는 상속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고요.
3. 금융 시장에 부작용을 초래해
기업은 상속세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여러 수단을 쓰는데, 이게 자본시장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있어요. 기업을 물려준다는 건 그 기업의 주식을 물려준다는 의미예요. 그래서 주식을 물려줄 때의 주가를 기준으로 상속세가 계산돼요. 주가가 높으면 그만큼 상속세도 늘어나는 거죠.
예를 들어 경영권 승계를 앞둔 기업들은 상속세를 낮추기 위해 일부러 주가가 떨어질 만한 결정을 내리는 ‘꼼수’를 동원할 수 있어요. 기업의 경영 자체보다는 장차 상속세를 덜 내고 기업을 물려주기 위한 판단들을 할 수도 있죠. 안 그래도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라는 지정학적 특성 등으로 주식이 실제보다 저평가됐다는 말이 많아요. 이런 현상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불러요. 기업들이 상속세를 회피하는 과정에서 이런 꼼수가 발생한다면, 결국 한국 주식시장의 신뢰도가 낮아져서 이런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어요.
상속세 유지해야 해!
1. 재벌가 욕심이 문제야
앞서 기업들이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여러 꼼수를 부리면, 주식시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을 언급했는데요. 애초에 그런 꼼수를 써가면서까지 경영권을 물려주려는 재벌가의 욕심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어요. 세금을 피하려고 꼼수를 부리는 기업들이 문제지 상속세율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에요.
대를 이어 회사를 직접 경영하려는 욕심으로 각종 편법을 동원하는 재벌이 문제라면, 상속세율을 내릴 게 아니라 꼼수들을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거죠. 주식 저평가 등 우리 금융 시장의 문제는 바람직한 금융 시장 질서를 만들어 해결할 문제이지, 상속세율을 내리는 게 답이 될 수는 없다는 주장이에요.
2. 실제로 내는 돈은 많지 않아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최고 60%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적용되는 세율은 그렇게 높지 않다는 반박도 나와요. 상속세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상속세 최대 세율(60%)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25%보다 훨씬 높다고 하는데, 2021년 기준으로 상속세 납부자 중 상위 20%가 실제로 낸 상속세율은 26.1%로 30%가 채 안 된다는 통계가 있어요. 실제로 내는 세금만 보면 이미 OECD 평균치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굳이 더 깎아줄 필요가 없다는 거죠.
3. 결국 부자들 세금 깎아주는 거잖아
지난 2021년에 사망한 우리 국민의 유족 중 상속세를 낸 사람은 단 4%에 불과해요. 애초부터 손에 꼽히는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라는 얘기죠. 상속세를 재산의 50% 가까이 내는 경우는 소수의 재벌에 그치고요. 상속세의 목적 자체가 이런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 부가 소수에 집중되는 걸 막는 건데, 이걸 깎아주는 건 결국 ‘부자 감세’라고 비판받는 이유죠.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한다는 거야?
대통령의 상속세 완화 발언이 일파만파 화제를 일으키자, 대통령실에서는 “따로 관련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한발 물러섰어요. 상속세 완화를 차차 논의할 수는 있지만, 당장 상속세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예요.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지금까지 정부가 논의해 온 상속세 개편 방안에 이제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어요. 현재 상속세를 걷는 방식은 ‘유산세’인데, 이걸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방안이에요.
유산세는 상속하는 유산 전체가 기준인데, 유산취득세는 상속받는 사람이 각자 ‘취득’하는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해요. 그래서 상속받는 사람이 여러 명일수록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가 줄어들 수 있죠. 예를 들어 30억원을 세 명에게 상속한다고 했을 때, 기존 유산세 방식으로는 상속세가 총 10억4000만원이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으로는 7억2000만원으로 줄어들어요.
이르면 오는 7월 발표되는 세법개정안에 유산취득세 개편안이 포함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정부에서도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며 여론을 살피고 있기 때문에, 결국 사람들의 반응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죠. 정말 민감한 문제인 ‘부의 대물림’을 두고 과연 정부는 어떤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까요?
┃3줄 요약
· 상속세 제도 개편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음. 윤석열 대통령이 최고 60%인 현재 상속세율을 두고 과도하게 높다고 말했기 때문.
· 정부는 높은 상속세율이 국내 금융 시장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 이를 두고 찬반 격론이 벌어지고 있음.
· 상속자가 여러 명인 경우 각자의 상속 재산에 따로 세율을 매기는 개편안이 거론되고 있음. 지금은 유산 전체에 동일한 상속세율을 적용함.
EDITOR's COMMENT
덜어내는 만큼
채워져야 할텐데
안녕하세요, 에디터 Hoa입니다. 사실 오늘 준비한 상속세 이슈가 우리의 일상과 크게 와닿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느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소수의 부자나 기업에나 중요하지, 버텅 사람들에게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상속세 개편 논의가 가장 주목을 받긴 했지만, 사실 이번에 정부에서 내놓은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 중에서 우리에게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만한 제도들이 있어요. 상속세 이슈와 별개로 알아두시면 좋을 듯한 내용이라 정리해 봤어요!
이번 대책의 핵심은 주식 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을 대폭 줄이는 거예요. 우선 ①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고, ②증권거래세도 낮추기로 했죠.
금투세는 국내 주식 수익이 연 5000만원, 기타 금융상품 수익이 연 250만원일 경우 수익에 대해 최대 27.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예요. 지난 2020년에 만들어졌고, 원래는 2023년 1월에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025년 1월로 시행 시기가 2년 늦춰졌어요. 그런데 이번에 정부에서 아예 폐지하는 쪽으로 공식화한 거예요.
주식을 거래할 때 붙는 증권거래세도 인하될 예정이에요. 증권거래세율은 지난해 0.20%로 낮춰졌는데, 올해 0.18%로 낮아지고 내년에는 0.15%까지 떨어뜨린다는 방침이죠.
정부는 세금을 깎아줘서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인데, 문제는 우리나라가 세금으로 걷어 들이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은 ‘세수 펑크’ 상황이라는 거예요. 금투세 폐지 등 금융 관련 감세정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금이 약 3조원이라고 해요. 부족한 세금을 어디에서 메꿀 것인지 명확한 대책 없이 추진한다면,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죠.
세계적인 기준과 맞지 않는 세금 제도는 손봐야 하지만, 곳간이 텅 비는 일이 없도록 확보책을 찾는 일도 시급할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디그 슬랙 커뮤니티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남겨주세요! 다음에 더 흥미로운 주제로 돌아올게요.
NEWS PICK
한국 내연기관차 처음으로 줄었어요
국내에 등록된 내연기관차가 사상 처음으로 줄었어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자동차 중 휘발유, 경유, LPG 등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내연기관차는 총 2364만 7000대였어요. 1년 전보다 8만 5000대 감소한 수치예요. 휘발유차는 조금 늘었지만, 경유차와 LPG차가 많이 줄었다고 해요. 반면 전기차와 수소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로 분류되는 차량은 총 212만 대로 1년 전보다 53만 대(33.4%)나 증가했어요. 자동차 구매 수요가 친환경차로 빠르게 넘어가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어요.
첫차보다 30분 이른 ‘자율주행 버스’
서울시가 올해 하반기부터 ‘자율주행 새벽 동행 버스’를 운행해요. 현재 서울 시내버스 첫차는 오전 3시 50분~4시께 운행을 시작하는데, 새벽 자율주행 버스는 이보다 조금 이르게 운행할 계획이에요. 첫 운행 노선은 도봉산역(도봉구)~영등포역(영등포구) 구간 편도 25.7㎞를 달리는 160번 버스가 될 전망이에요. 160번 버스 첫차에 타는 사람이 최대 50명을 넘어설 정도로 많아서 혼잡하기 때문이래요. 이 노선은 종로, 마포역, 여의도역 등 주요 도심을 지나요.
홍콩 H지수 추락에 손실 커지는 ELS
올해 들어 홍콩 주가지수인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가 10% 이상 급락하면서, H지수와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이 원금의 60%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어요. 홍콩 H지수 급락세에 따라 올해 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이 우려된다는 소식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새해가 되자마자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어요.
지난 17일에 상품 만기가 돌아온 미래에셋증권의 ELS 상품은 손실률이 56.05%로 확정됐어요. 홍콩 H지수가 계속 하락하다 보니, 일주일 앞서 만기를 맞았던 키움증권의 ELS 손실률(51.72%)보다 더 높아진 거예요. 홍콩 H지수와 연계된 ELS 상품의 손실액은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2296억원에 달했어요. 국내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 H지수 연계 ELS의 원금 손실은 올해 상반기에만 6조원 이상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와요.
H지수와 연계된 ELS는 H지수가 높은 수치를 기록하던 2021년에 많이 판매돼서 주로 올해 만기가 돌아와요. 만기 시점에 수익률이나 손실률이 정해지는 ELS 특성상, H지수가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하면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하게 돼요. 손실이 확정됐거나 예상되는 ELS 가입자들은 ‘상품 가입 시 정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요. 정부도 ELS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에 나선 상황이에요.
애리조나대, 챗GPT 전면 도입 실험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가 챗GPT를 대학 교육에 전면 도입하기로 했어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협력해 교육 분야의 인공지능(AI) 활용을 적극적으로 실험하려는 모습이에요. 대학 차원에서 챗GPT를 공식 도입하는 건 미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에요. 지난해 챗GPT를 활용한 과제물 작성 등 부정행위가 늘어나면서, 부정적인 시각이 생겨났기 때문이에요. 미국 뉴욕은 공립고등학교의 챗GPT 사용을 금지했고, 영국의 명문대인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도 챗GPT 사용을 막았죠.
이런 분위기에서 애리조나주립대가 실험에 나서자 큰 주목을 받고 있어요. 이번 실험은 단순한 챗GPT 사용에 그치지 않고, 학생의 실력에 맞춰 AI가 학습을 돕는 ‘맞춤형 AI 튜터’ 구축 등 다양한 시도를 포함한대요. 신입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에도 챗GPT가 도입될 예정이에요.